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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XP1 투르비용 얼티밋 리뷰: XP1 센추리온과 얼티밋을 모두 소유하고서야 알게 된 것

이인성
2026.09.14조회 12
블랙아웃 XP1 투르비용 얼티밋 리뷰: XP1 센추리온과 얼티밋을 모두 소유하고서야 알게 된 것

업그레이드 모델을 제대로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전작을 충분히 오래 소유해 보는 것이다. 사양표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려준다. 그러나 그 변화가 정말 중요한지는 직접 살아봐야 알 수 있다.

블랙아웃 XP1 투르비용 LT 센추리온은 내 생애 첫 투르비용이었다. 처음에는 오랫동안 동경해 온 컴플리케이션을 비교적 현실적인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달간 함께 지낸 뒤, 센추리온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회전하는 케이지가 주는 신선함이 사라진 뒤에도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 것인지 확인하는 시험대가 된 것이다. 센추리온은 나를 투르비용의 세계로 안내했다. XP1 얼티밋은 그 경험 가운데 무엇을 계속 간직하고 싶은지 알려줬다.

먼저 블랙아웃이라는 브랜드에 관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2006년 기존 럭셔리 워치를 커스터마이징하는 사업으로 출발한 블랙아웃은 2022년 새로운 소유주를 맞은 뒤 자체 모델 개발을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오늘날 브랜드의 정체성은 XP1에 집중돼 있다. 대형 토노형 포지드 카본 케이스와 외부로 드러난 플라잉 투르비용을 결합한 시계다.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분명하다. 토노형 케이스와 첨단 소재, 노출된 기계 구조를 결합한 장르를 최고급 시장에 정착시킨 브랜드는 리차드 밀이며, 그 복잡시계들은 수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

블랙아웃은 같은 장르에 전혀 다른 가격으로 접근한다. 대부분의 XP1에는 브랜드가 ‘하이브리드 무브먼트’라고 부르는 칼리버가 사용된다. 아시아에서 생산한 투르비용 베이스를 제네바에서 완전히 분해하고 검수한 뒤, 일부 스위스산 부품을 적용해 재조립과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스위스 메이드 무브먼트는 아니며, 블랙아웃도 이를 다르게 포장하지 않는다. 바로 이 구조 덕분에 XP1 센추리온은 포지드 카본 케이스와 플라잉 투르비용을 500만 원에 제공할 수 있다.

얼티밋은 그 논리의 반대편에 서 있다. XP1의 기본적인 콘셉트는 유지하지만, 하이브리드 칼리버 대신 DW&Co.가 제작한 수동 와인딩 스위스 메이드 플라잉 투르비용을 탑재한다. 그에 따라 가격도 1,200만 원으로 높아진다.

사양표만 보면 단순한 상하 관계처럼 보인다. 센추리온은 저렴한 모델이고, 얼티밋은 더 좋은 모델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두 시계를 모두 소유해 보니 차이는 그보다 복잡했다. 센추리온은 미완성된 얼티밋이 아니며, 얼티밋 역시 모든 구매자에게 700만 원의 차액을 정당화하는 시계는 아니다. 두 모델은 비슷한 욕망에서 출발하지만, 컬렉팅의 서로 다른 단계에 답한다.

나는 오랫동안 리차드 밀의 복잡시계를 갖고 싶었지만, 시계 한 점에 수억 원을 지불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었다. 같은 취향은 과거 나를 위블로 스피릿 오브 빅뱅으로 두 번이나 이끌었다. 두 위블로 모두 내가 원했던 토노형 케이스와 현대적인 소재, 오픈워크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것도 끝까지 남지는 못했다. 벨크로 스트랩에 달린 버클이 온종일 착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불편했기 때문이다.

처음 센추리온을 착용했을 때도 구매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거의 즉시 바뀌었다. 포지드 카본 케이스는 가격이 암시하는 것보다 훨씬 견고하게 느껴졌고, 부드러운 러버 스트랩과 폴딩 클라스프는 내가 소유했던 두 위블로보다 편안했다. 가로 44mm, 세로 52mm에 두께 14.8mm인 케이스는 존재감이 상당하지만, 110g에 불과한 무게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둘레 18cm인 내 손목에서도 분명 큰 시계였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시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카본이 값비싼 소재를 저렴하게 흉내 낸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질감과 밀도감은 내가 경험했던 훨씬 고가의 포지드 카본 시계와 비교해도 만족스러웠다. 센추리온이 나를 설득한 이유는 멀리서 비싼 시계처럼 보였기 때문이 아니다. 직접 손에 쥐고 착용했을 때 가격 이상의 완성도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르비용이 있었다. 처음 몇 달 동안 다이얼 위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는 케이지는 내가 기대했던 즐거움을 정확히 제공했다. 센추리온은 오랫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컴플리케이션을 손목 위의 현실로 바꿔놓았다. 실제로 착용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편안했으며, 무엇보다 내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선함이 잦아들고 나면, 그 뒤에 남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센추리온과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시선은 투르비용 자체보다 그 주변으로 향했다. 다이얼을 가로지르는 굵은 X자형 브리지는 어느 순간부터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요소가 됐다. 분명 오픈워크 워치였지만, 내 취향에는 충분히 개방적이지 않았다. 시선을 무브먼트 안쪽으로 이끌기보다, 정작 감상하고 싶었던 기계 구조와 눈 사이를 가로막는 듯했다.

무브먼트의 마감과 출처도 점차 의식하게 됐다. 아시아산 베이스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칼리버가 열등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센추리온의 가치 제안 전체가 그 베이스 위에 세워져 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블랙아웃은 500만 원에 같은 컴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훨씬 개인적인 데 있었다. 오픈워크 워치에서 무브먼트는 다이얼 뒤에 숨은 엔진이 아니다. 무브먼트 자체가 다이얼이다. 구조와 마감은 시계를 착용할 때마다 눈에 들어오며, 사양표 아래 달린 각주가 아니라 소유 경험의 일부가 된다. 첫 투르비용을 가졌다는 흥분이 가라앉자, 나는 케이스만큼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싶은 무브먼트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센추리온을 판매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동시에 얼티밋을 처음부터 곧바로 구매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기회가 왔을 때 나는 얼티밋 대신 튜더 펠라고스 울트라를 선택했다. 스위스 무브먼트를 같은 시계 안에 넣는다고 해서 센추리온에 싫증을 느낀 근본적인 이유까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브먼트의 국적만 바뀐다고 디자인의 균형까지 바로잡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결국 얼티밋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는 이 시계가 단순히 센추리온에 더 고급스러운 무브먼트를 얹은 모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케이스 콘셉트는 익숙하다. 포지드 카본의 가벼움과 편안한 스트랩, 과장된 토노형 실루엣은 그대로다. 내가 처음 XP1에 끌렸던 이유 역시 남아 있다. 그러나 무브먼트를 둘러싼 구조는 완전히 다시 정리됐다. 한층 과감해진 오픈워크 설계는 센추리온에서 시야를 지배하던 X자형 구조를 걷어냈다.

직접 착용하자 차이는 분명했다. 센추리온에서는 시선이 X자형 브리지에서 멈췄다. 얼티밋에서는 시선이 칼리버 안쪽으로 이어진다. 보다 정돈된 구조는 깊이감을 키우고, 플라잉 투르비용을 여러 시각적 장치 중 하나가 아니라 전체 구성의 중심으로 되돌려놓는다.

스위스 메이드라는 표기도 내게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품질을 자동으로 보증하는 주문이기 때문은 아니다. 얼티밋이 기존과 같은 답답한 구조를 유지했다면 무브먼트의 출신지만 바뀌었다고 해서 내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계가 성공한 이유는 스위스 메이드라는 표기와 함께 더 만족스러운 마감, 깔끔한 설계, 그리고 무브먼트가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다이얼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얼티밋을 소유하면서 XP1의 기본 플랫폼 자체는 처음부터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나는 여전히 가벼운 케이스와 카본의 촉감, 스트랩의 편안함을 좋아한다. 센추리온을 떠나보내게 한 것은 콘셉트가 아니라, 그 콘셉트의 구현이 내가 원했던 지점에 조금 못 미친다는 감각이었다.

그 마지막 거리를 좁히는 데 700만 원을 더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는 구매자에 따라 달라진다. 얼티밋이 센추리온보다 두 배 이상 편안한 것도 아니고, 투르비용이 두 배 이상 극적으로 회전하는 것도 아니다. 시계의 가치는 그렇게 깔끔한 산수로 계산되는 경우가 드물다.

첫 투르비용을 찾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센추리온이 더 설득력 있는 선택일 수 있다. 500만 원으로 포지드 카본 케이스와 대담한 존재감, XP1을 정의하는 기계적 볼거리를 대부분 경험할 수 있다. 동시에 많은 애호가가 진열장이나 사진으로만 접하던 컴플리케이션을 현실적인 가격대로 가져오겠다는 블랙아웃의 출발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모델이기도 하다.

1,200만 원의 얼티밋은 다른 단계의 컬렉터를 향한다. 시계에 투르비용이 들어 있는지만 묻는 단계를 지나, 그 투르비용을 중심으로 시계 전체가 어떻게 설계됐는지를 따지기 시작한 사람을 위한 선택이다. 추가 비용으로 얻는 것은 단순히 무브먼트에 붙은 ‘스위스 메이드’라는 문구가 아니다. 센추리온을 직접 소유한 뒤에야 내가 원하게 된, 더 일관된 구조와 높은 완성도다.

따라서 두 모델을 같은 XP1의 저가형과 고급형으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센추리온은 블랙아웃이라는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지를 설명한다. 얼티밋은 그 아이디어를 어디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센추리온이 내 첫 투르비용이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기쁘다. 만약 처음부터 얼티밋을 선택했다면 그 매력을 단순히 ‘스위스 메이드’라는 말로 설명하고, 더 중요한 차이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두 모델을 모두 소유하면서 나는 출처가 손목 위에서 체감할 수 있는 차이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센추리온은 투르비용을 손에 닿는 것으로 만들었다. 얼티밋은 그 투르비용을 담은 시계 자체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