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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암석과 센트럴 투르비용의 만남

이인성
2026.07.28조회 57
에베레스트 암석과 센트럴 투르비용의 만남

산업디자이너 장젠민이 설립한 선전 기반의 CIGA design은 시계 제작을 하나의 산업디자인으로 바라본다. 기계 장치는 명확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브랜드 철학은 폭넓은 주목을 받아왔으며, 그 정점은 2021년 블루 플래닛이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 챌린지 워치상을 수상한 순간이었다. 중국 시계 브랜드가 이 상을 받은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는 단지 하나의 콘셉트가 인정받은 사건이 아니었다. 전통적인 시계 디자인의 관습보다 서사와 기능을 앞세우는, 디자인 중심의 접근법이 더 큰 자신감을 얻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이후 CIGA design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입문용 제품을 넘어, 소재와 디스플레이 구조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계로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에베레스트 서밋 센트럴 투르비용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자칫 진부하거나 과장되기 쉬운 주제를 비교적 절제된 산업디자인 언어로 풀어냈다.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수동 와인딩 센트럴 투르비용 칼리버 CD-05가 자리한다. 기본 사양만으로도 시계가 추구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네 개의 메인스프링을 통해 12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며, 방수 성능은 50m, 스트랩은 폭 22mm의 플루오로러버 소재다. 케이스는 지름 45mm, 두께 11.65mm로 수치상 상당히 크게 느껴지지만, 짧고 일체형으로 설계된 러그가 실제 크기의 부담을 줄인다.

소재 선택은 전체적인 무게를 낮추며, 평평하게 다듬은 면과 네 방향에 작은 노치를 넣은 브러시드 베젤, 넓은 케이스백 링으로 구성된 형태는 장식적이기보다 목적 지향적인 인상을 만든다. 케이스 왼쪽 측면에는 간결한 ‘CIGA design’ 인그레이빙이 새겨져 있다. ‘CIGA’를 굵은 글씨로 강조했지만 지나치게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는다. 브랜드 특유의 절제된 태도와 맞닿아 있는 서명이다.

다이얼은 시각적이면서도 개념적인 중심축이다. 브랜드에 따르면 수석 디자이너 장신이 에베레스트산 기슭에서 수집한 기반암 조각을 사용했으며, 자연 그대로의 질감을 보존하기 위해 정밀 절단과 CNC 인그레이빙, 레이저 가공으로 이어지는 30일간의 공정을 거쳤다. 지질학적 의미와 상징성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든, 완성된 표면은 모조품이나 얇은 장식용 베니어처럼 보이지 않는다. 불규칙하고 촉각적인 질감이 분명하게 살아 있다.

그 위에는 스위스 슈퍼루미노바 C1을 입힌 에베레스트산의 입체적인 부조가 놓인다. 어두운 환경에서 빛을 발하지만, 다이얼의 나머지 요소를 압도하지는 않는다. 산악 부조 바로 아래에는 현재 공인 고도인 ‘8848.86m’가 자리하며, 이 역시 슈퍼루미노바로 코팅됐다. 문구를 내세운 슬로건보다는 선명한 하나의 상징처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미닛 트랙을 생략한 선택은 즉각적이고 정밀한 시간 판독보다 여백을 살린 조형적 구성을 강조한다. 가독성은 핸즈와 원형의 센트럴 프레임, 그리고 어두운 스톤 다이얼 사이의 대비에 의존한다.

스켈레톤 가공된 핸즈는 아이스 액스 형태로 설계됐다.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사용했으며 현재 오클랜드 박물관에 보존된 등반 장비를 직접적으로 참조한 것이다. 상당히 노골적인 인용이지만, 형태가 기능적으로도 성립하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다. 야광 도료를 충분히 담을 만큼 넓으면서도 투르비용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실루엣 역시 단번에 구별된다.

핸즈는 다이얼 중앙의 원형 링 위에서 회전하며, 그 아래에는 세 개의 방사형 암으로 구성된 브리지가 투르비용을 감싸고 있다. 센트럴 투르비용은 본래 복잡한 회전식 레귤레이터를 더욱 까다롭게 만들기 때문에 여전히 보기 드문 구조다. 메커니즘을 핸즈와 동일한 축에 배치하려면 정교한 패키징과 토크 관리가 필요하다. 이 시계에서는 일반적인 6시 방향의 대형 투르비용 개구부 대신, 다이얼 중심에서 움직이는 역동적인 초점이 된다.

CIGA design은 케이스백에도 다이얼 못지않은 서사적 비중을 부여했다. 디스플레이 케이스백을 둘러싼 링에는 힐러리의 말인 “우리가 정복하는 것은 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수없이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와 장비에 변형돼 사용된 문구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방수 성능과 파워리저브 등 시계의 기술 정보를 새긴 금속 링을 따라 문장이 이어진다.

수동 와인딩 방식의 CD-05 무브먼트는 네 개의 메인스프링을 사용해 투르비용을 최대 120시간 동안 구동한다. 브랜드가 밝힌 120일간의 개발 및 개선 과정은 새로운 컴플리케이션 자체를 처음부터 발명하기보다, 신뢰성과 구조적 통합을 높이기 위한 반복적인 작업에 집중했음을 시사한다.

이 가격대에서 센트럴 투르비용을 시도하는 시계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이 구조를 선택한 것은 단순한 사양 경쟁만큼이나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결정이다. CIGA design은 무브먼트 피니싱으로 오뜨 오를로제리와 정면 승부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보기 드문 기계 구조에 강한 소재의 서사를 결합한다.

다이얼의 완성도는 매크로 촬영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만하다. 스톤의 입자감은 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드러나며, 야광 산악 부조는 낮에는 미묘한 그림자를 만들고 밤에는 주변 요소와 확실히 구분될 만큼 충분한 높이를 지녔다.

미닛 트랙이 없는 만큼 전체적인 인상은 한층 정돈됐다. 명확한 눈금을 통한 정밀한 판독을 아쉬워할 사람도 있겠지만, 센트럴 메커니즘 주위의 깨끗한 여백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이스 액스 핸즈에는 충분한 양의 야광 도료가 적용돼 야간에도 시간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다만 정확한 분 단위는 스톤 표면의 무늬를 기준 삼아 핸즈 끝의 위치를 가늠해야 한다. 이 시계를 그 자체의 의도에 맞춰 받아들인다면 이해할 수 있는 타협이다. 도구보다는 기계식 조각에 가깝지만, 일상에서 사용하기에는 충분히 실용적이다.

하나의 오브제로서 이 시계는 소재가 지닌 서사와 기계적 연출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CIGA design은 성취와 위험, 인내로 요약되는 에베레스트의 이야기를 돌과 빛,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케이스백의 문장은 브랜드가 선택한 관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정복해야 할 대상은 산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블루 플래닛과 같은 개념적인 디스플레이를 통해 명성을 쌓아온 CIGA design에 이러한 태도는 일관되게 느껴진다. 에베레스트 서밋 센트럴 투르비용은 브랜드가 오뜨 오를로제리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선언하는 시계가 아니다. 대신 자신들이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 명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보다 기술적인 정체성을 향해 내디딘 한 걸음이다.

유명한 산을 진부한 표현에 기대지 않고 시계로 옮기는 것이 과제였다면, 이 시계는 대부분의 시도보다 그 답에 가까이 다가갔다. 요란해질 수 있는 자리에서 사려 깊고, 향수에 기대기 쉬운 주제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센트럴 투르비용이 가장 잘하는 일을 스스로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있다. 바로 다이얼의 심장부에서 시간의 움직임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